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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민칼럼

눈 감아도 떠오르는 망향의 꽃 진달래

 

어수선한 시국 속에도 봄꽃 소식은 어김이 없다. 남쪽 섬진강가에 매화가 피었고, 서울 북한산 자락 길상사 담벼락에 영춘화(迎春花)가 노오란 꽃잎을 내밀었다고 한다. ‘복숭아꽃 살구꽃 벚꽃, 목련 등이 울긋불긋 꽃대궐을 차릴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이 때쯤이면 나의 고향 평안북도 의주(義州)의 양지바른 산기슭을 온통 붉게 물들였던 진달래가 떠오른다.

입춘, 우수가 지나고 기상청은 전국의 진달래 개화시기를 예고했다. 3월 16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부산 3월 19일, 광주·대구 3월 25일, 서울은 3월 28일 진달래가 다섯 겹 꽃잎 분홍치마로 갈아입는다는 예보다. 진달래 개화시기는 그러나 4월 4일 춘천으로 딱 끝이다. 그 너머 실향민들 고향 땅의 진달래 소식은 기상청 예보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휴전선 이북이라고 진달래가 피지 않을 리 없다. 개나리, 복숭아꽃 살구꽃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山河(산하)가 헐벗었다니 그 곳에 피는 진달래는 더 짙은 진홍색으로 군락을 이뤄 산을 불태울 듯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아침에는 연분홍, 저녁엔 진홍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꽃, 눈을 감고 떠올리는 ‘내 고향 진달래‘에 가슴이 짠하다.

기상청은 북한땅의 진달래 소식을 전하지 않은 이유를 “데이터가 없다”는 간단한 말로 대신했다. 분단 70여년에 북한의 진달래 군락지도 파악할 수 없고, 언제 꽃이 피고 지는지 자료가 없으니 ‘개화시기’를 예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반도 위성자료 등을 참고하면 북한땅의 진달래 개화시기를 어렴풋이나마 예측할 수 있을 법도 한데... 결국 실향민들에게 진달래꽃은 떠나온 고향과 어린 시절을 눈물로 떠올리게 하는 진한 그리움일까?

실향민들에게 진달래는 ‘꽃’ 그 이상이다. 평북 정주(定州)가 고향인 시인 김소월 선생이 시(詩) ‘진달래꽃’에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시는 님이 즈려밟고 가시도록 뿌리는 꽃’은 영변 약산 진달래꽃이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며 입을 꼬옥 다 물고 님의 발밑에 뿌리는 사랑의 정수(精髓)다. 그의 진달래꽃에는 관서팔경(關西八景)의 하나인 영변 약산과 산을 휘감은 구룡강이 흐른다.

시인이자 작곡가인 이흥렬 선생의 고향도 북녁땅이다. 선생은 가곡 ‘바위고개’에서 우리 님이 즐겨 꺾어주던 꽃,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핀 진달래꽃으로 한을 달래셨다. 그러면서도 “임은 가고 없어도 (진달래꽃) 잘도 피었네”라고 꺾이지 않는 의지와 희망을 진달래꽃에서 다졌다. 바위고개에 피었던 진달래꽃이 선생의 고향 원산 송도원 바닷가 소나무 숲 사이사이에도 찬란하게 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의 고향 평안북도 의주(義州)에도 봄은 진달래와 함께 왔다. 어릴 때 뛰어 놀던 압록강변 용운산 서쪽 마루의 ‘통군정’(統軍亭)은 영변 약산과 함께 관서팔경이다. 그 산자락에서 압록강에 이르기까지 진달래가 피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고려 명장 강감찬(姜邯贊) 장군이 창건한 관북 제1의 산성 백마산성(白馬山城) 자락의 진달래꽃이 더 붉었던 이유를 그 때는 알지 못했다. 백마산성에는 강감찬 장군과, 조선 인조 때 병자호란(丙子胡亂)을 맞아 청군을 격퇴한 임경업(林慶業) 장군을 모시는 현충사가 있다. 진달래꽃은 망향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진달래꽃은 남북을 가리지 않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삼천리 방방곡곡에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남과 북으로 사람과 땅이 나뉘었어도 봄이면 어김없이 반도의 산하를 수놓는 민족의 꽃이 진달래다. 간절히 고대하는 남북통일이 곱디고운 진달래꽃을 즈려밟고 우리 곁에 다가오기를 이 봄날 실향민들과 함께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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