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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철쭉으로 물들어가는 북한의 봄

이세웅(李世雄) 부의장.jpg

 

삼지사방이 꽃 천지다. 노오란 산수유, 개나리가 피는 듯 하더니 어느새 진달래에 자리를 내어주고 살구꽃, 벚꽃, 목련으로 온누리가 물들었다. 곧 남쪽에서부터 철쭉이 산자락을 가득 덮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릴 것이다.

남북이 같은 지맥(地脈)을 이었으니 북한 땅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맘때면 시인 소월(素月)이 노래한 영변 약산 진달래도 님이 가시는 길에 ‘뿌려드릴’ 정도로 피었고, 곧이어 함경도 철령의 그 유명한 철쭉도 연분홍 새색시 치마 같은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남쪽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벗꽃’으로 불리는 ‘벚꽃’도 만개할 때가 되었다. 고향을 떠나온지 70년 안팎이지만 뛰어놀던 산과 들의 꽃이 눈에 선하다.

‘꽃’과 함께 두고 온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건 또 있다. 먹거리 축제다. 부산 기장에서는 미역과 다시마 축제가 열렸고, 전남 나주 영산포 홍어축제에 이어 영광의 공우사리 굴비축제가 막을 올릴 참이다. 감칠맛이 일품인 당진 장고항의 실치 축제, 경남창원 진덕의 미더덕 축제가 기다린다. 일일이 꼽기도 힘들다. 이맘 때 실향민들이 고향의 맛을 떠올리는 것도 자연스럽다.

북한의 먹거리는 남한 못지않다. 기장 미역, 다시마가 있다면 북한에는 황해도 부포의 다시마가 있다. 강경의 젓갈 축제가 유명하지만 함경남도에는 참성게알과 말성게알을 알콜과 소금으로 가공 처리하여 담근 젓갈 ‘운단’이 있다. 영양가가 높고 고유한 색과 독특한 맛. 향기로운 냄새로 유명하다. 함경남도 신포지방의 명란. 함경북도 선봉군 굴포의 굴, 청진 조미낙지 또한 잊을 수 없다. 크기가 왕방울 만하던 평양약밤과 정주왕밤, 통천의 고종감, 가곡대추는 손주들이 칭얼댈 때 달래며 건네주던 더없는 간식이다. 의주 지방의 토종배 ‘신의주배’도 지금 쯤 꽃이 폈을 것이다.

작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열릴 듯 열리지 않는 고향땅의 소식이 궁금하다. 두고온 가족과 친척들도 화사한 봄의 꽃잔치를 즐기고 있는지, 남쪽처럼 지역 특산물을 함께 나누고 있는지. 남북의 문이 열리면 조선특산물로서 약효가 대단히 높은 강계작약, 백두산 불로초 , 금강산백도라지, 랑림만삼. 상원지황 등을 널리 알리는 민족의 잔치가 벌어졌으면 하는 소원을 가져본다. 한가지 위안은 북청사자놀음과 봉산탈춤, 은율탈춤, 강령탈춤 등 북한의 대표적 무형문화재가 남한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때마다 공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양반들의 위선과 잘못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봉산탈춤은 작년 48회를 맞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고전메뉴이다. 봉산탈춤보존회는 2016년 머나먼 나이지리아의 축제 '칼라바 카니발'(Calabar Carnival)에 참가해 탈춤을 공연한 일도 있다.

북한학자와 탈북자들에 따르면 봉산탈춤 등이 ‘복고주의’라는 비판 속에 북한에서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쪽지방 민요 “경서도 소리”도 남한에서 잘 보존-전승되고 있지만 60년대 이후 거의 계승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남한에서 공연되는 봉산탈춤 등 북한의 전통공연은 고향땅을 밟을 수 없는 실향민 어른들에게 망향의 한을 달랠 드문 기회다.

탈북자들은 남한의 꽃이 북한의 꽃과 같은 종인데도 대부분 색깔이 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색이 짙어 거리를 두고 보면 조화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대신 향을 맡아보면 색깔이 짙은 남한 꽃이 북한 꽃보다 오히려 향기가 짙지 않다는 것이다. 남한의 꽃들은 대부분 개량종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북한의 꽃들이 보다 향토적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4월. 한 뼘의 땅만 있어도 꽃보다 채소를 심는다는 북한동포들도 봄의 화사한 꽃축제를 누리고, 지역 곳곳의 특산물을 한껏 즐기는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북한 고유의 전통공연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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