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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 없다

이윤창.jpeg

이윤창 상조업체 담은라이프 대표

 

우리 회사는 한 달에 장례행사를 평균 15~20건 한다. 거의 매일 전국에서 1건 이상은 행사를 하는 셈이다. 상조업체를 운영하는 나는 되도록 바쁘지 않는 한 회원들의 장례에 우선적으로 조문하고 적은 금액이어도 조의금은 꼭 하고 온다. 상가를 방문하게 되면 상주들에게 고인 죽음에 관한 내용도 듣게 되고 그분들 삶의 행적도 알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 기나긴 생애를 몇 분 안에 다 이야기할 순 없지만 사연 대부분은 고인이 가족을 이루고 치열한 세상살이 속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그 과정이 고통으로 점철된 일생이었으며, 그래서 고인의 자식들은 부모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올바로 키워주신 것에 고마워하며 죽음을 슬퍼한다. 갖은 고생 속에 돈을 벌고 이제 어느 정도 즐기고 살 만해지니 병이 들어 아파서 세상의 좋은 음식 좋은 옷 좋은 집 아름다운 경치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그 자식들 역시 어느 정도 장성해 고생한 부모에게 효도할 만하니 병이 들고 심지어 치매에까지 이르러 결국엔 존경하는 부모가 아니고 자식들의 생활에 걸림돌이 되어버리고 존재 의미 조차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태에서 몇년 요양원에 계시다가 고인이 되어 장례식장에 오게 되는 경우도 많다. 왜 이렇게 인간은 평생 행복보다는 고통 속에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일까? 장례를 거쳐 봉안당이든 묘지든 장지로 가시면 고인의 함자와 함께 살아오신 연세가 쓰여 있고 여러 가지 사연도 써 있어 고인이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옛날 속담이 있듯이 묘 앞의 비문은 본인이 원하는 바대로 후손에 의해 쓰였을 것이다. 물론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은 핑계를 댈 게 없다는 데에도 핑계를 대는 사람에게 쓰이는 말이지만 죽은 자의 이유가 묘비에 써있다.

만약에 묘비에 철천지원수 못 갚고 죽어 억울하다 라든가 처녀귀신 되어 복수하겠다고 써놓으면 섬찟할 것 같다. 대게 묘비에는 본인의 함자와 본관 등을 적고, 혹은 그를 만드신 조물주 하나님을 경외하는 비문을 적어 놓는다. 오늘 장례식장 조문을 끝내고 오는 길에 고인 되신 할아버지 영정 속 무심한 표정이 자꾸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평안남도 강서군이 고향이시다. 한국전쟁 6 25때인 1951년1월 중공군의 침입으로 임진강을 건너 인천으로 피난 오셨다. 고향 떠날 때 그의 모친이 눈물 흘리며 손에 꼭 쥐어준 금반지 2개를 살기 힘들어도 안 팔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가 너무 삶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그걸 팔아 결혼도 하고 평양냉면집을 차렸다. 잠깐이면 다시 고향에 올라갈 수 있으려나 했지만 남북은 영원히 분단되고 말았다. 아는 사람 없는 타향에서 온갖 고생 끝에 평양냉면집은 그럭저럭 잘되어서 2남 2녀를 키우고 재산도 모으게 됐다. 경제적으로는 풍부해졌고 자식들도 모두 출가시켰지만 항상 두고 온 고향과 부모를 그리워하시다 병이 들어 요양원에 옮겨진지 3년만인 91세에 세상과 이별하셨다.

자식들 모두 부모가 고생하면서 자신들을 키어온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부모님 은혜에 깊은 감사하였다. 고인이 된 어르신의 마지막 유언도 통일이 되면 고향땅에 이장하여 부모 곁에 묻어달라고 하셨고, 죽는 날까지 부모와 형제 이름 되뇌이며 눈물을 흘리며 운명하셨다.

3일장 내내 그의 자식들은 눈물로 장례를 치루며 아버지를 추모하였다.

유족들이 내게 비문 부탁을 하시길래 ‘내고향 강서에서 만납시다.’라는 문구로 적어드렸다. 그만큼 어르신의 망향은 오매불망이셨다. 유족들은 1990년도 실향민들이 모여 만든 파주의 동화경모공원 묘지에 잠시 묻혔다가 통일이 되면 할아버지 고향인 평남 강서군에 이장할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나 생육하고 번성만 하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인가? 항상 불안하고 치열한 세상에서 생존하다 병들고 이렇게 고통만 받다가 가는 걸까?

죽음의 현장에서 가깝게 있는 나 역시 아직은 짧지만 내 삶을 돌아보면 즐겁고 행복한 날보다는 고통스럽고 우울한 시간이 배 이상 많았다. 나는 언젠가 이세상과 작별할 때에 편한 마음으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핑계를 대고 싶다.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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