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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박사논문이 통일에 기여했으면···”

-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

김흥광.jpg

 

 

통일부는 11월 11일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3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3만 탈북민시대에 탈북민단체가 몇 개나 될까? 여기서 ‘단체’라고 하면 김정은 독재정권 반대 및 북한주민들의 인권옹호, 통일교육과 시민운동, 탈북민들의 정착과 권익투쟁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비영리단체 성격을 띤 조직체를 말한다.

탈북민사회에서는 대략 70~80개의 탈북민단체가 있다. 여기서 절반 가까이 되는 단체는 친목, 서비스, 영업목적의 영리단체 성격을 띤 ‘모임’체이다. 이 외에도 자율적으로 무수히 생기고 없어지는 유령단체들까지 포함하면 100여개가 훨씬 넘는다.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남한사람들 못지않게 단체를 잘 만든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아무래도 독재국가에서 정치적으로 깊숙이 눌려 살았던 원한이 남한에 와서 단 번에 폭발하며 생기는 감정변화의 일환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의 탈북단체장들은 그래도 사무실에 상근직원 1명 이상을 두고 제대로 된 업무를 하는 탈북민단체는 대략 20개 안 밖으로 본다. 그 중에는 ‘NK지식인연대’도 있다. 얼마 전 서울 모처에 있는 이 단체를 방문, 이 단체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김흥광 대표를 만났다.

 

- 자신을 소개해 달라.

1960년 4월, 북한의 2대 도시 함흥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함흥시인민위원회 부원(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모친은 주부였다. 1982년 평양의 김책공업종합대학 전자계산기학부를 2년 뒤 본 대학 연구원을 졸업했다. 이후 1993년까지 함흥컴퓨터기술대학에서, 2003년까지 함흥공산대학 과학부 교원으로 재직했다.

 

- 고난의 행군을 함흥에서 겪었겠다.

그렇다. 북한건국 역사상 가장 최악의 시기였던 1997년 12월, 평양으로 출장을 가려고 함흥역에 나왔을 때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역전대합실에 수백 명의 시민들이 잠자리를 펴고 드러누운 것이다. 배가 고파 살림도구는 물론이요 집마저 팔고 나온 사람들을 비롯해서 꽃제비(거지), 무연고자 등이었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건설한 사회주의가, 우리 세대가 수령복을 누리며 산다는 사회주의가 과연 이것인가? 인민이 살 집이 없어 거지처럼 노숙하는 이 꼴을 보자고 우리가 사회주의를 한단 말인가? 이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 외부세계의 정보는 어떻게 접했나?

외삼촌이 일본에 있다. 지난 1986년 1차 조국방문단 성원을 시작으로 네 번이나 함흥을 방문하였다. 마지막으로 1995년이었는데 삼촌은 올 때마다 나에게 귓속말로 “김정일이 때문에 북조선 인민이 거지처럼 산다”고 말했다. 당시 그렇게 말하는 삼촌이 미웠다.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는 림 작가도 잘 알지 않나?

2002년 자본주의 황색바람(외부세계 영상물) 통제를 강화하라는 김정일의 방침에 의해 조직된 130상무(상설기구: TF) 성원으로 발탁되어 근무하였다. 자연스럽게 단속한 ‘반동물품’(외부에서 들어온 CD, USB 등)을 봤다. 그 중에 ‘중동의 네 사나이’란 제목의 컴퓨터파일이 있었는데 내용은 중동의 독재자들 만행과 비참한 몰락이었다. 이후 조심스럽게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통치하는 북한정권을 의심했다.

 

- 그게 탈북동기가 되었나.

130상무 시절 함흥시당 선전부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외부CD를 준적이 있다. 훗날 보위부에 발각되어 1년간 자격정지를 받았다. 당원으로 엄중처벌을 받았고 부업농장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공산대학 교원이 중대처벌을 받은 것은 일반주민이 정치범수용소에 들어간 것만큼 엄중하다. 김정일의 “공산대학은 혁명의 정수분자, 책임일군양성의 원종장임으로 반당적 현상이 0.001%도 있으면 안 된다”는 교시가 있다.

 

- 탈북경로를 말해 달라.

2003년 10월, 대학당위원회에서 ‘현실연구’(지방 당위원회에 내려가 현지에서 당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를 관찰 및 연구하는 업무) 출장승인을 받고 중국 국경지역과 가까운 함경북도 회령군당학교로 갔다. 거기서 지인에게 부탁하여 북한돈 1만원을 주고 두만강을 건넜다. 당시 내 월급이 4400원이었으니 큰돈이었다.

-------중간기사----------------

김흥광 대표는 연길에 4개월 체류하면서 북한정권에 환멸을 느꼈다. 자신이 당간부양성기관인 함흥공산대학의 교원으로 긍지를 갖고 충성한 김일성, 김정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절대독재 정치가 북한을 가난한 나라로, 2천만 인민이 굶주리는 세상으로 만들었음을 깨달았기에 2004년 2월 대한민국으로 왔다.

전형적인 공학도인 그는 조사기관을 나온 뒤 ‘한국정보보호교육센터’에서 6개월간 소프트보안기술을 공부했다. 이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정보처리기사자격증을 취득했고 한신대학교, 경기대학교에서 컴퓨터운영체계 강의를 2년간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실향민 출신인 김일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전 국회의원)을 만났고 그의 건의로 2006년부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에 취직하여 상담과장, 정착지원과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직원은 10명 미만이었으며 전국에 있는 탈북민 상담업무 등을 하였으며 이때부터 탈북민사회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았다.

북한과학원 연구사출신의 모 여성이 남한에 와서 노인보양원에서 중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으로 일하였으며 북한에서 대학교수였던 모 남성이 서울에 와서 고작 택배 일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보면서 김 대표는 마음이 아팠다.

이유는 남한사회가 북한에서 온 엘리트라고 해서 우선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주 않는다는 것이다. 냉정하고 야속한 사회라고 느꼈다. 자본주의는 돈벌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도 십분 이해가 갔다. 그러던 중 “북한에서 온 지식인들만의 단체가 있으면 자긍심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 NK지식인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지난 2008년에 출범한 사단법인 ‘NK지식인연대’는 북한에서 전문학교, 대학교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지식인들로 조직된 전형적인 탈북민단체이다. 초기 임직원이 26명이었고 회원이 무려 400명 가까이 되었었다. 당시 기준으로 탈북민단체 중 가장 큰 영향력과 공신력을 갖춘 단체였다.

 

- 주로 어떤 업무와 사업을 했나?

먼저 인터넷방송을 운영하였으며 탈북지식인들이 만드는 최초의 잡지인 ‘북녘마을’을 창간했다. 잡지를 본 일부 관련기관 사람들이 대만족했다. 또한 국민들을 상대로 안보강연을 하였으며 북한으로 세상의 진실을 담은 USB, CD 등을 들여보냈다. 아울러 탈북민구출과 사회적기업도 운영했다.

 

- 지금은 왜 업무가 소소한가?

돈 때문이다. 과거 직원 20여명, 회원 370여명이 왕성하게 활동을 한 것은 미국의 지원금 덕분이었다. 지난 2013년부터 그동안 미국에서 받던 지원금이 끊기면서 본 단체의 활동도 크게 축소되었다. 미국의 돈도 마구 나오는 샘물이 아니더라. 거기도 철저히 예산확보가 되어야만 하는데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 작년에 개원했던 ‘평생교육원’의 운영은 어떤가?

보다시피 사무실 이사만도 여기까지 모두 세 차례이다. 그만큼 재정사정이 어려워 작은 곳을 찾아 옮겼다. 직원도 현재는 3명이다. 명색이 탈북지식인 단체인데 그래도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 작년 초에 뭔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사비 4000만원을 들여 마포구 공덕동 모처 290평 공간에 컴퓨터 60대를 들여놓은 탈북민교육시설인 ‘평생교육원’을 개원했었다. 이것도 잘 안되어 올해 2월에 접었다.

 

- 현재 탈북민단체가 많다. 어떻게 보고 있나?

글쎄. 탈북민단체가 대략 70~80개가 있는 걸로 아는데 보는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물론 사명감을 갖고 양심적으로 일하는 다양한 단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탈북민단체들이 단합이 잘 안 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

예를 들면 지난 4월에 있은 20대 총선에서 탈북민 몫 비례대표 후보신청을 여자 여섯, 남자 여섯, 모두 12명이나 했더라. 이름만 대도 알만 한 사람들인데 참 기가 막히다. 3만 탈북민들이 추천해서 1명을 후보로 내세워도 될까 말까? 하겠는데 이건 서로가 제노라며 머리를 쳐드니 이런 코미디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 얼마 전 좋은 일이 있던 걸로 안다.

2013년부터 한세대학교 대학원에서 UCT IT 융합 박사과정을 공부하였으며 지난 8월 16일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남북한 워드프로세서의 공유에 관한 연구-남한의 ‘한컴오피스 한글’과 북한의 ‘창덕’을 중심으로- 이다. 내가 쓴 박사논문이 통일 후 남북행정 통합업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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