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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향민들은 꼭 100세 살아야 한다”

통일인터뷰 정일경원장.jpg

 

2017년은 남북이 분단 된지 72년을 맞는 해다. 북한에서 해방 후 부모님의 등에 업혀 1살 때 남한으로 내려온 사람이 일흔이 훌쩍 넘었다. 고향이 이북인 실향민들은 대한민국 근대화의 개척자이고 공로자이다. 그들은 김일성 공산정치의 희생양으로 자유민주주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꼈으며 그것을 지켜 꿋꿋이 싸워왔다.

70여 년 무정한 세월 앞에 장사가 없음을 실감하는 실향민들은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귀향길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한다. 눈에 흙이 들어가도 헤어진 가족친지를 만나는 것이 소원이며 죽어도 고향땅에 묻히는 것은 평생의 소망이다.

이러한 그들에게서 건강은 정말 중요하다. 사람에게서 건강의 조건은 먹는 식생활도 기본이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허나 그게 사람의 욕심대로 되기가 쉽지 않으며 그래서 병을 고치는 의사가 있다. 많은 실향민들이 고향음식에서 향수를 느끼며 고향출신 의사가 운영하는 병의원을 찾기도 한다.

요즘 장안에 “북한에서 8대에 걸쳐 한의를 가업으로 이어왔다”고 입소문이 자자한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지하철 2호선 시청역 9번 출구 주변 부림빌딩 4층)에 위치한 ‘100년 한의원’을 찾아 탈북민 출신의 정일경 원장과 마주 앉아 인터뷰를 가졌다.

1시간 남짓의 인터뷰 도중에 3~4차례의 전화가 울렸다. 모두 치료문의와 관련한 내용의 전화였다. “하루 평균 보는 환자가 몇 분이냐?”고 묻자 정일경 원장은 빙그레 웃으며 “사실 그건 의료법상 위법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이 평균적으로 더 많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후에는 정일경 원장과 ‘100년 한의원’ 홍보대사인 탈북민출신 안찬일 박사와 함께 식사자리로 이동했다. 청진(정일경 원장), 신의주(안찬일 교수), 평양(본인) 출신의 세 사람이 고향이야기를 안주로 잔을 기울였다. 때마침 TV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맏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암살되었다는 뉴스특보가 나왔다. 다소 놀랐고 정일경 원장에게 “어떤 생각이 드는가?” 물었더니 그는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김정남이 처량하다. 제 동생 김정은 독재자가 어떤 놈인지도 모르는 청맹과니. 어떻게 탈북자인 나보다도 못해”.

 

- 고향이 어디인가?

1974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태어났고 소년시절부터 명천군에서 살았다. 금강산 못지않게 명승지로 소문난 칠보산이 있는 고장이다. 내 위로 누님 2명이 있다. 명천남자고등중학교를 거쳐 1997년 청진의학대학 동의학부를 졸업했다.

 

- 대학 때 꿈이 뭐였나?

조상의 뒤를 이어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대학입학시험 1등 성적으로 청진의대에 입학하였다. 그런데 대학생활 초기부터 내 생각이 엇나갔다. 주로 제대군인생(10년 군사복무 마치고 입학한 학생)들의 과외수업 방조자 역할을 하였다. 그것도 구타와 폭행을 받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

 

- 부친의 이야기를 해 달라.

아버지는 1925년 중국에서 태어나 장춘중의학원을 다녔다. 그러다가 6.25전쟁 이후 북한에 왔으며 평양의학대학 동의학부 1기 졸업을 했다. 전쟁으로 인한 많은 부상자, 허약자, 노약자 등을 치료하는 일에 아버지는 열성을 바쳤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북한당국에 머리를 가로 저었다. 가장 큰 이유는 환자가 병을 고쳐도 김일성의 배려라고 하는 해괴망측한 김정일의 독재정치였다. 아버지는 성인시절 중국체험을 하였으니 노동당의 잘못된 인민정책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다. 특히 국가농업정책의 개인농과 협동농의 차이에서 그랬다.

 

- 북한정권에는 미운 털이었겠다.

북한에는 인민들 속에 보이지 않는 ‘밀정’(보위부 스파이)들이 수두룩하다. 평양의 중앙기관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는 1960년대 황해북도 동의병원 원장으로 발령(강등) 받았다. 여기서도 당비서와 싸우고 불평분자 낙인이 찍혀 청진의대병원 과장, 명천군 제2병원 의사로 좌천되었다.

아버지는 중국태생이라는 출신성분 때문에 북한체제에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여 1985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밀입국 했다. 탈북원로이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30년간 북한생활을 청산하고 중국으로 귀국했다.

 

- 정 원장의 탈북경로를 말해 달라.

1998년 봄 중국에 있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내가 먼저 탈북을 시도했다. 그러나 운이 없게도 중국공안에 잡혀 북송되어 청진보위부 예심과에 넘겨졌다. 이후 도(道) 보위부 감옥에서 10개월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다. 출옥이후 다시 탈북을 감행, 중국 심양에서 1년 정도 은둔생활을 하였으며 지난 2000년 10월 인천항으로 입국했다.

 

- 가족이 함께 왔나

아버지와 함께 왔고 북한에 남겨진 올해 86세인 어머니는 2003년에 모셔왔다. 2005년에 큰누나는 아들과 함께 탈북 도중 중국공안에 붙잡혀 북송되어 보위부 취조실에서 고문으로 죽었다. 2006년에 작은 누나를 데려왔다. 작은 누나의 아들 한 명도 큰 누나 아들과 함께 보위부 고문에 죽었다.

 

- 남한에 와서 어려웠던 점은

역시 직업에 관해서다. 내가 북한에서 취득했던 청진의학대학 졸업장과 의사면허증을 인정해주지 않아 허탈했다. 화가 났지만 시간이 지나 이해를 했다. 결국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강원도 원주에 있는 상지대학교 한의대학을 졸업하였으며 한의사 시험을 통과했다. 8대에 이어진 한의가업을 남한에서도 계속하기 위해서다.

 

- 부인과 부친은 뭐하나.

집사람도 탈북민이다. 함경북도 길주 태생인데 2001년 남한에 입국했다. 상지대학교 재학 중에 연애로 만나 결혼했고 딸 둘, 아들 한 명을 두었다. 집사람은 현재 고양시 식사동에서 2008년에 개업한 ‘100년 한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곳 서울의 ‘100년 한의원’은 작년 10월에 확장 개업했다.

아버지는 올해 나이 93세이다. 당연히 남한에서의 자격증이 없기에 치료는 못한다. 그래도 아버지에게 많이 배운다. 인성과 마음이라 할까? 지금도 아버지는 “의사의 환자치료는 말로가 아니라 진단과 처방으로 한다. 그러면 소문이 나기 마련이니 광고나 홍보는 굳이 안 해도 된다”고 강조한다.

 

- 정 원장이 보는 환자의 모습은.

요즘시대 많은 환자들의 병은 잘못된 습관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고령화, 미혼과 이혼으로 혼자 사는 경우 등이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켰다. 그로 하여 인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섭생(섭취생활양식)이 틀려졌다. 다시 말해 먹고, 쉬고, 자는 생활이 불규칙적이어서 생기는 현대인들의 병이다. 양생(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중요시해야 할 이유는 건강의 기본적인 관습이다.

 

- 환자들에게 종합적으로 해주는 말은 뭔가.

물을 자주 마셔라. 많이 걸으라. 그리고 잠을 푹 자라. 이 세 가지 규칙만 꼭 지켜도 충분히 건강 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70%가 물이며 꼭 땀이 아니라도 대소변 등으로 수분이 빠진다. 걷는 것만큼이나 만능운동도 쉽지 않다. 잠을 푹 자야하는 이유는 신체의 각 세포도 어느 정도의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건강에서 중요한 것은 뭔가.

플라시보효과(일종의 눈속임 효과)가 있다. 아주 오래전에 인도에서 실험을 하였다. 사형수의 눈을 가리고 경동맥을 칼로 베어 피가 흐르고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대기사형수들에게 보여주었다. 이후 그들의 눈을 가리고 칼로 베는 흉내에 피 같은 더욱 액체를 묻혀 주었다. 그런데 대기사형수들은 죽었다. 결국은 정신과 뇌가 사람의 육체를 지배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인간에게서 육체건강보다 정신건강이 우선이다.

 

- 의사의 보람은 어디서 느끼나.

의사가 가운을 입고 몇 분 안 되는 치료시간에 환자에게 명령하는 등 멋있어 보일 것이다. 또한 사람의 생사를 주관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엄청난 노력과 고통이 있다. 평일 5일 근무 외에도 각종 학회, 보수교육(면허유지교육) 등이 있다. 이걸 제대로 받지 않으면 직업을 유지할 수 없다.

의사가 돈 많이 버는 사람은 분명하다. 그러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만족하는 것은 사람의 건강을 책임진 사명감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병이다.

 

- 실향민사회에 전할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실향민 어르신들은 꼭 100세 이상은 살아야 한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형제, 친인척, 소꿉시절 동무들이 기다리는 북녘 땅 고향으로 기필코 돌아가려면 말이다. 무엇보다 음식 잘 드시고 적당한 운동을 하시고 억지로라도 잠을 많이 자야 한다. 그래도 여기저기 아프면 여기 ‘100년 한의원’으로 오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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