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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향민과 탈북민 하나로 뭉쳐야 한다”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위원장

홍순경-2.jpg

 

10월이다. 북한에서의 이 달은 노동당창건 기념일로 인해 주민들이 각종 정치행사로 들볶는 달이기도 하다. 학습, 생활총화, 토론회, 영화감상, 사적지꾸리기, 충성의 선서모임 등 정말 지겹다. 1945년 10월 10일 김일성이 창건한 ‘조선노동당’은 오늘까지 오로지 그의 아들과 손자가 점유한 개인독재사당이다. 70년 집권정당 조선노동당은 북한 2천만 주민들의 사상정신을 얽어매고 무지몽매한 그들을 김 씨 수령을 위한 노예로 만들어놓았다. 사람은 사상의 동물이기에 그 사회에 존재하는 사상과 교육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선노동당이 김씨 수령의 사당이고, 인민탄압의 폭정정당이라고 세계에 확실하게 증언한 사람은 1997년 2월에 탈북해 중국과 필리핀을 거쳐 4월에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이다. 고령의 몸으로 개인과 가족의 운명보다 민족의 운명이 더 걱정되어 남한에 온 그는 정부의 통제로 제대로 된 반북활동도 못했다.

그리고 2010년 10월 10일 애석하게도 서울에서 서거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이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첫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 추악한 꼴을 보기 싫어 하늘나라로 가셨는지도 모른다.

생전에 황장엽 선생이 북한주민들의 인권개선과 김정일 독재반대 투쟁, 그리고 통일준비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단체가 사단법인 북한민주화위원회(이하 북민위)이며 대표적인 탈북민단체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5일 황장엽 선생 6주기 행사준비로 바쁜 이 단체 홍순경 명예위원장을 만나 일문일답의 시간을 가졌다.

 

- 고향은 어디이며 북한에서 무슨 일을 했나.

1938년 함경북도 성진시(지금의 김책시)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진제강소에서 노동자로 일을 하다가 20살 때 평양에 있는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에 통신으로 입학했다. 1964년 8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평양소재 중앙기관인 무역성(남한으로 치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해당)에 배치 받았다. 집은 김일성광장 주변의 경림동 아파트를 배정 받았으니 자연히 평양시민이 되었다.

무역성에서 17년 근무 후 과장으로 승진한 다음 첫 해외근무지로 파키스탄으로 발령받았다. 그 전에는 주로 중동과 동남아, 아프리카로 출장을 많이 다녔다. 1983년부터 파키스탄 주재 북한대사관 서기관으로 5년간 근무했고 88년에 임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그리고 본부에서 처장 겸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1991년 1월 태국 주재 북한무역대표부 대표로 임명되었다. 그때는 대사관이 없었으며 실질적 대사 역할까지 했다. 그해 3월 대표부가 대사관으로 승격되면서 대사는 외교부에서 나왔고 나는 무역참사가 됐다.

 

- 태국에서의 외교관 생활과 고충은.

당시 대사의 월급이 380달러, 내 월급이 340달러(한화 약 40만원)였다. 이 돈에서 의료비, 자녀교육비를 충당한다. 숙식은 대사관 안에서 해결하며 가스, 전기, 난방비 등은 공금으로 한다. 해외출장을 나온 간부들의 사적인 부탁도 만만치 않다. 의약품을 부탁하고 또 무엇을 팔아 달라하고, 심지어 사진인쇄까지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든 들어줘야지 안 그러면 본국에 들어가서 보복성 낭패를 보기가 쉽다. 특히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북한공관은 운영자금을 자체로 현지에서 벌어 쓴다. 본국에서 돈이 안 나오며 또 그렇게 하라는 당의 방침이다. 그러니 외교관들이 온갖 불법적 방법으로 돈벌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보통 외교관면책권을 악용하며 각종 면세품을 대량 구입하여 유통하기도 한다. 거기에 2·16(김정일 생일)과 4·15(김일성 생일) 때마다 평양으로 충성자금헌납이 있으니 그걸 채우느라 진땀을 뺏다.

- 한국으로 오게 된 동기와 과정은.

1996년 임기가 끝나고 귀국에 앞서 이변이 생겼다. 당시 사회안전부(남한의 경찰청)에서 압록강기술개발회사(지문연구소) 태국지사(지문장비수입)를 설립했는데 내가 지인을 통해 거기에 지사장으로 발탁이 됐다. 물론 고난의 행군이 막 시작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평양으로 귀국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터였다. 2년 쯤 지나 본사에서 내려 온 대표단 중에 보위부(남한의 국정원) 요원이 있었다. 그가 나를 아니꼽게 보았는지 본국에 들어가 상부에 안 좋은 보고를 했고 이후 평양에서 갑작스러운 소환령이 떨어졌다. 예감했다. 무슨 일이 안 되면 꼬리 자르기 식으로 특정인에게 죄목을 들씌우는 것이 북한당국의 상투적 수법이다.

1999년 2월 17일 아내와 함께 방콕에 있는 태국대사관을 탈출해 파타야로 잠적해 한 달 가까이 은둔생활을 하다 3월 9일 새벽 5시 북한대사관에 돈으로 매수된 현지경찰에 체포됐다. 거기서 포승줄에 묶인 채 라오스로 가던 중 고속도로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그때 추안 릭파이 태국총리에게 현사건의 진실을 담은 내용과 구조요청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그 편지는 전 세계가 분노했다. 현직외교관을 강제로 납치해 연행하려던 북한의 작태는 세상 사람들을 전율케 했다. 3월 23일 대사관에 잡혔던 막내아들이 풀려났으며 ‘국가식량구입비 8천만 달러를 횡령한 범인, 러시아에서 마약장사를 한 범죄인’ 등의 억지누명을 씌우려던 북한대사관 관계자(보위부요원)는 출국금지 당했다. 보위부 강제연행에 동조한 북한대사관 6가족은 전원 추방됐다. 이후 태국에서 1년 8개월간 고통의 나날 속에 북한이 날조하여 들씌운 억울한 누명을 한 점의 의혹도 없이 깔끔히 해명했다. 그러던 중 황장엽 선생의 “서울에서 함께 통일운동을 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고 한동안 고민 끝에 가족과 함께 지난 2000년 10월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나에게는 현재 평양에 두고 온 큰아들이 있다. 1969년생인 큰아들은 평양영화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인민군 군사과학기록영화촬영소 촬영가로 있었다. 아마도 아버지의 ‘월남도주’ 때문에 당국의 파면조치를 받았을 것이다. 둘째 아들은 7살 때 익사사고로 죽었으니 평양에 남은 유일한 살붙이가 큰아들이다.

 

- 입국 후 한국에서의 생활과 북민위에 대해 말해 달라.

2001년 4월부터 5년간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다. 이때 탈북자동지회 2대 회장을 역임했다. 초대회장은 황장엽 선생과 함께 서울로 온 김덕홍 전 조선여광무역회사 사장이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황장엽 선생이 초대 위원장이고 내가 2대 위원장이다.

북한민주화위원회는 생전에 황장엽 선생의 발기로 2001년 북한민주화동맹으로 시작했다. 목적은 탈북민들을 교육해서 통일일군으로 양성하자는데 있었다. 또한 그들을 북한 접경의 중국지역에 파견하여 북한내부에 민주화바람을 불어넣기 위함도 있었다. 2007년 4월에 사단법인이 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난 6월 총회에서 3대 회장으로 허광일 부위원장이 임명되었고 나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 과거 어떤 일을 했나?

지난 2011년 3월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북송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을 벌였다. 림일 작가를 비롯한 여러 동지들의 격려와 응원이 있었기에 14일간의 농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북한인권법 통과를 촉구하는 시위를 국회에서 수차례 했다. 그러한 노력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북한인권법이 탄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남한의 보수단체와 협업을 많이 하던데.

사실이다. 남한의 보수단체들에 비해 탈북민단체들은 국민들의 관심이나 기업의 후원이 없다. 크고 작은 탈북단체가 100여 개가 있으니 그것도 가관이다. 3만 명에 달하는 탈북민 개개인은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북한을 뛰쳐나온 용감한 사람들인데 조직결성과 운영에서는 너무도 빈약하다.

그나마 정부의 배려로 탈북민들을 대표해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기가 1년인데 지난 2013년 7월에 발족하여 3회째 연임하고 있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탈북민들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한광옥 위원장과 하나원을 방문해 여러 문제를 세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 실향민과 탈북민 어떻게 보나.

실향민과 탈북민은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다. 단지 북한을 나온 시기만 다를 뿐이다. 어쩌면 김일성 공산독재정권의 피해자들로서 자유민주주의 성취의 동지들이다. 현재 실향민은 행정자치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에 소속되어 있고 탈북민은 통일부에서 관장한다. 그러다보니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북5도위원회는 정부예산으로 청사도 쓰는데 탈북단체는 그렇지 못하다. 먼저 온 선배들인 실향민이 후배인 탈북민을 잘 이끌어줬으면 한다. 자기 아들딸, 동생처럼 생각한다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탈북민들도 마음의 문을 열어 그들에게 가까이 가야한다. 이북사람들끼리 단합되어 한 목소리를 내면 그 힘은 통일에 도움이 되었지 방해는 안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김정은이 제일 두려워 할지 모른다.

끝으로 실향민사회의 대변지인 오도민신문도 탈북민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들이 남한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생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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