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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청소년들은 통일 미래의 소중한 자산”

최현준.jpg

 

남북의 서로 다른 체제의 현실을 경험한 탈북청소년들은 바야흐로 통일한반도의 운명을 책임질 인재들이다. 이들의 남한사회에서 바른 정착과 실패한 모습은 축복의 통일이냐? 불행의 통일이냐 하는 시금석이 될 게 분명하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북한에서 정상적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청소년의 경우 남한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부는 학업성취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주변의 차별적 시선에 상처를 입어 학교생활 적응에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때로는 자신이 탈북민인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탈북청소년들에게는 목숨 걸고 단행한 탈북과정에 겪었던 심리적 상처가 있다. 중국에서 공안에 잡혀 북송되어 수용소에서 끔찍한 고문을 받은 경험도 있으며 설령 북송경험이 없더라도 죽음공포증은 누구나 공통으로 갖고 있었다.

일생의 중요시기인 청소년 시절에 비정상의 심리적 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를 어른들의 책임으로 자책하며 다소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는 탈북민단체장이 있다. 무엇보다 탈북청소년들은 고향이 북쪽인 대한민국 청년이라는 자긍심을 새겨주며 손잡아 이끌어주는 분이다. 탈북청소년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사랑하는 우리 큰형님” “믿음직한 우리 아버지”로 불리는 사단법인 ‘통일미래연대’ 최현준 대표를 만났다.

 

- 고향은 어디인가.

1965년 평양에서 태어났는데 2살 때부터 북한의 여러 지역을 거주하며 성장했다. 부친이 군인이었으니 직업의 특성상 인사이동이 잦았기 때문이다. 형제는 내 위에 누이 4명이 있었고 남동생 1명, 모두 6형제였다. 평양과 인연은 군에서 제대하여 인민보안성(남한의 경찰)에 소속되며 이어졌다.

 

- 부친에게 특별한 일이 있었다는데.

1979년 인민무력부(남한의 국방부)에서 있은 ‘인민군당 간부확대회의’에 참석한 부친(군사계급 소장)이 회의에 참가한 김일성에게 보고했다. 내용은 “장차 나라의 영도자가 될 조직비서 동지(김정일)가 별장에서 젊은 여자들과 놀아나며 명함시계를 돌리는 등 풍기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부친은 2군단 사령관에 내정된 상태이고 나름대로 최고사령관(김일성)에게 하는 충언으로 생각했다.

 

- 자세히 소개해 달라.

다음날 부친은 해임되었고 함경북도 명천탄광 노동자로 좌천되었다. 내가 14살 때이다. 탄광굴진공이 된 부친은 수십 차례 중앙당에 신소편지를 올렸고 3회에 걸쳐 내려왔던 조사반은 “계속 신소하면 자식까지 다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부친은 술만 드시면 “김일성이 개새끼”라 했고 결국은 화병으로 1992년에 사망했다.

 

- 최 대표의 북한 경력을 말해 달라.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인민군에 입대하여 1군단 13사단에서 복무하였다. 1984년 김철주 포병종합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군단 1사단에서 중대장으로 복무했다. 정말이지 그때 야심은 꼭 조선인민군 군단장(대장)까지 하고 싶었다. 왜냐면 부친이 못 이룬 꿈을 내가 반드시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군사훈련 판정은 물론이요, 정치사상 학습에서도 항상 타인의 모범이었다.

 

- 승진에 어려움은 없었나.

내 앞길이 승승장구로 열려지나 했는데 어느 날 출장차 평양에 들려 인민무력부 총정치국, 중앙당 조직지도부에 있던 부친 지인들의 충언을 들으며 대실망했다. 내가 군대에서 아무리 승진해도 대대장(중좌)이상 못 오른다는 것이다. 이유는 부친의 과거문제 때문이라는데 참 기가 막혔고 2001년에 대위로 제대했다.

 

- 이후에 무엇을 하였나.

평양에 있는 부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인민보안성 35국에 소좌 군사칭호를 받고 들어갔다. 참고로 북한은 정규군(인민군) 군사칭호나 보안성(경찰) 군사칭호나 꼭 같은데 인민군 군사칭호가 좀 더 비중 있다고 보면 된다. 35국은 형식상 보안성 소속이지만 김정일의 별장, 낚시터, 사냥터 등을 관리하는 특수부서로 총괄책임자는 장성택이었다. 2004년 장성택이 좌천되며 35국은 해산되었다.

 

- 보위부 경력도 있던데.

그렇다. 보위부는 남한으로 치면 국가정보원이다. 2005년부터 국가보위부 1국 6부에서 근무하였다. 물론 이것도 부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이다. 이 부서는 북한의 서해안 지대에서 불순분자, 탈북, 밀수행위 등을 적발하는 것이다. 서해안에는 연 평균 북한어선 6천척, 중국어선 3천척이 떠있으며 온갖 밀수행위를 한다.

 

- 생활의 어려움은 없었겠다.

직업의 특성상 그랬다. 일선에서의 서해안 보안담당을 과장인 내가 총괄하였으니 권세가 이만 저만 아니었다. 부서의 차를 자가용처럼 이용했으니 더 말해 뭐하랴? 밀수꾼들의 행위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받는 뇌물은 외화였다. 두둑한 지갑을 갖고 외화상점 출입은 기본이요, 의식주생활에서 불편했던 점은 전혀 없었다.

 

- 탈북결심을 하게 된 동기는.

보위원들은 일반주민들이 남한방송을 못 듣도록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단속하면서 자기들은 더 많이 듣는다. 나는 남한의 실정을 알면서부터 사상동요를 가졌다. “20년 뒤 내 자식들은 어떻게 살까? 그냥 일반주민들처럼 헐벗고 굶주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니 오금이 오싹했다. 하여 두 아들딸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결심했고 2007년 12월 압록강을 넘어 중국으로 갔다. 이듬해 4월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 서울정착 순탄치 않은 걸로 안다.

하나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중 위암이 발견되었다. 하여 위암절개수술을 하고 1년간 항암치료를 받았으니 내 신체는 뼈에 가죽을 씌운 것 마냥 초라했다. 수술 2일 뒤에 걸었고 7일 뒤에는 실밥을 풀고 9일 만에 퇴원하였다.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수십 년 군인으로 생활했던 나의 정신상태가 그랬다. 북한에서 인민군 대위, 보안원 소좌, 보위부 과장 등의 경력을 갖고 있었으니 남한에 온 일반 탈북민들은 눈에도 안 들어왔다. 가급적 남한사람들과 많이 친구를 만들어 사회에 빨리 정착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과정을 말해 달라.

2009년 가을 우연히 탈북청년 김수남(가명, 21세)을 알게 되었고 그를 따라 어느 축구동호회에 나가게 되었다. 축구를 좋아했던 나였고 남한사람들과 몇 번의 경기를 하였는데 우리 탈북민을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을 느꼈다.

그때 여러 탈북청소년들이 나를 형님으로 따르며 “우리만의 축구동호회를 만들어 남한 사람들과 당당히 경기를 겨루자”는 제안을 했다. 성큼 동의했다. 이들에게 북한사람의 단결력, 자긍심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

 

- 그것이 탈북청소년들과 인연이었겠다.

그렇다. 내가 사비를 털어 44명 탈북청년의 축구유니폼 50벌을 준비했다. 그리고 통일부 소속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을 찾아가 딱한 사연을 호소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북이 고향인 탈북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며 이성철 위원장이 축구화 50개를 지원해주었다.

 

- 통일미래연대는 어떤 단체인가?

어느 날 김수남이 행방불명이 되어 형사들이 나를 찾아왔다. 알고 보니 이 친구가 여기저기 빚을 지고 사체까지 빌려 섰더라. 다소 충격이었다. 겉으로 멀쩡한 젊은 친구가 애향심도 많은 그가 범죄자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탈북청소년들의 바른 정신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 고민 끝에 2010년 10월 탈북청소년 바른 정착지원을 위한 조직인 ‘통일미래연대’를 설립했다.

 

- 그동안 어떤 일을 하였나.

2013년 가을에 수원법원에서 있은 국가내란음모자 이석기 재판 방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탈북민 60여 명이 노숙하면서 4박 5일간 고생했다. 우리 단체 회원들로 애국심이 분발하여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작년에 국방부에서 공모한 안보강연 지정단체에서 탈북단체로는 유일하게 우리 ‘통일미래연대’가 선정되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탈북청소년들에게 애국심, 통일마음 등을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몇 개 있다. 그 중에 ‘희망찬 대한민국 바로 알기’가 있는데 이는 탈북청소년들이 1박 2일로 남한의 여러 산업현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또한 ‘나라사랑 한마음 축제’가 있는데 이는 남한사람과 탈북민 수백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문화체육축제를 하는 것이다. 밉든 곱든 어울려야 정이 들지 않겠나. 그렇게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현재 평안남도중앙도민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북도민사회와 함께 통일을 준비해 나가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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